'맞춤형 유전자 가위 치료'로 희소 질환 아기 살려...첫 번째 사례
'맞춤형 유전자 가위 치료'로 희소 질환 아기 살려...첫 번째 사례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치료로 희소 유전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의 생명을 구했다. 이는 유전 질환을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로 살려낸 첫 번째 사례다.
15일 가디언,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생후 10개월인 KJ 멀둔이라는 아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자마자 암모니아 제거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한 ‘중증 CPS I 결핍증’을 진단받았다.
중증 CPS I 결핍증은 암모니아가 체내에서 축적돼 독성을 일으켜 간이나 뇌 같은 다른 장기를 훼손할 위험이 있어 치명률이 매우 높다. 일부는 간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중증 CPS I 결핍증을 앓고 있다면 수술할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는 이미 손상을 돌이킬 수 없게 됐을 수 있다.
KJ의 부모들은 간이식도 고려했지만 결국 유전자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후 필라델피아 아동병원과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은 6개월간 연구를 통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2020년 노벨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바탕으로 했지만 DNA를 잘라내는 대신 결함이 있는 DNA 염기서열만 콕 집어 교정하는 ‘염기 편집’(base editing) 기법을 사용했다.
KJ는 지난 2월 처음으로 주사를 통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이후 3월과 4월에 후속 치료를 받았다. KJ는 그동안 병원에서 지내며 식이 제한을 해야 했지만 치료받은 뒤에는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약물 복용도 줄일 수 있었다.
가디언은 이번 연구가 유아기 초기에 발병할 경우 절반가량이 목숨을 잃게 되는 심각한 유전 질환을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로 구해낸 첫 번째 케이스라고 전했다. 국제 연구진들도 결함이 있는 DNA를 다시 써 치명적인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진은 치료의 초기 성과는 긍정적이지만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적 관찰이 필요해 맞춤형 유전자 치료가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이 기술이 향후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으며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