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와 충돌 두 달 만에 독대… "러 제재할수도"
트럼프, 젤렌스키와 충돌 두 달 만에 독대… "러 제재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지 약 2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드론·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하며 트럼프가 드라이브를 건 종전(終戰) 협상에 재를 뿌린 가운데,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전쟁 중단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며 금융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트럼프는 이날 장례 미사에 앞서 젤렌스키와 독대를 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좋은 회동이었고 우리는 많은 것을 일대일로 논의했다”며 “공통된 성과를 거둔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수 있는 아주 상징적인 회동이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회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가 협상 타결을 위한 러시아 압박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회동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푸틴은 지난 며칠간 (우크라이나의) 민간 지역,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트럼프는 “은행 또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를 통해 (푸틴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했다. ‘2차 제재’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미국과의 교역, 금융 거래 등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제재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을 가리켜 “그들은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제 양측은 최고위 수준에서 만나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했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2014년도 크림반도 병합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등이 포함된 종전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J D 밴스 부통령과 얼굴을 붉힌 지 2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백악관은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윗코프 중동 특사는 25일 러시아에서 푸틴을 만나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 측 고위 관계자들은 “매우 건설적이고 유용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또 크렘린궁은 “윗코프의 방문이 분명한 셔틀 외교”라 밝히며 푸틴과 트럼프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푸틴은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