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글로벌 車 기업들, 전기차보다 내연차 액셀 밟는다

太兄 2025. 2. 24. 18:51

글로벌 車 기업들, 전기차보다 내연차 액셀 밟는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전략 바꿔

입력 2025.02.24. 01:32업데이트 2025.02.24. 13:43
 

전통의 내연차 강자들이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느라 잠시 멈췄던 ‘엔진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엔진을 비롯해 내연차에 적용되는 기술을 새로 개발하는 한편, 단종하려 했던 내연차 모델에 대해선 새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독일, 일본처럼 과거 내연차로 세계를 호령했지만 전기차 전환기에 중국에 밀린 업체들은 내연차 관련 개발 및 투자를 속속 재개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비야디(BYD)처럼 빠르게 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면서 다른 나라 자동차 기업들이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든 데다, 대부분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의 장기화로 인한 영향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내연차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내놓자, 전기차로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주요 업체들이 내연차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작년 실적을 발표하며, ‘최첨단 내연기관 밴’을 만들기 위한 기본 설계(플랫폼)를 새롭게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벤츠는 내연기관 밴의 플랫폼을 새로 개발하지 않았다. 내년부터 전기차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내연차를 출시하겠다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침체 속 내연차의 중요성이 커지자 계획을 바꾼 것이다. 작년 벤츠는 전기차(BEV) 판매량(18.5만대)이 재작년 대비 23% 급감한 반면, 내연차 판매는 2% 정도만 줄었다. 올라 켈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2027년까지 내연차 19종, 전기차 17종을 새로 내놓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전기차 판매가 폭락한 뒤 내연차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신호”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내연차 강화하는 車 업체들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내연차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와 신차 출시를 강화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인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 수요가 주춤해져서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재작년 대비 1% 줄어든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22% 안팎 늘었다. 또한 작년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재작년 대비 10% 안팎으로 늘었다. 재작년엔 2022년 대비 49% 안팎 판매량이 늘었는데, 성장률이 크게 꺾인 것이다. 북미 지역은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같은 변수가 예고돼 있다. 전기차로 인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김성규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 온 독일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내연차 투자 강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매출의 30% 안팎이 나오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서다. 포르셰는 이달 초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엔진 개발 등에 새롭게 최대 8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엔 등 향후 전기차로만 출시하려 했던 일부 차종의 내연차 모델 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 이사회 멤버 요헨 골러는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일방통행이라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고, 이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대신 높은 연비로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는 경향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볼보는 작년 말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철회, 10%는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하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년 ‘코롤라’에 처음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작년 6월에는 미국 앨라배마주 엔진 공장에 약 2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현대차도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27년부터 나오는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지난 2021년엔 올해부터 100% 전기차와 수소차만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3년 만인 작년 말 이 계획을 수정했다.

◇업계, 환경 규제 완화 요구

자동차 업체들은 완전한 전기차 전환 시기가 더 미뤄질 것이라고 판단, 내연차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신규 차량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유럽연합(EU)에서 특히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한층 강화돼 대부분 제조사가 ‘벌금 폭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1월 ‘유럽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 대화’를 열고, 내달 5일까지 각종 규제 완화와 관련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내연차 투자를 재개하고 있지만,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전기차 분야를 아예 포기할 순 없는 상황”이라면서 “업체들의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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