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무너지는 한국 '초격차', 벼랑 끝 몰린 주력 산업들

太兄 2025. 2. 23. 17:11

무너지는 한국 '초격차', 벼랑 끝 몰린 주력 산업들

조선일보
입력 2025.02.22. 00:20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20일 연임 취임식에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면서 성장엔진 되살리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한경협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에 재선임된 류진 회장이 취임식에서 “한국의 기업 환경은 19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열악하다”고 했다. 류 회장은 또 “첨단 산업 육성 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성장 엔진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국 경제는 갈림길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반도체 특별법, 추경예산 편성, 연금 개혁 등 민생 현안에 대해 또 결과 없이 막을 내렸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폭탄을 쏟아내고,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정 리더십 공백이 겹쳐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도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한 작은 다툼만 벌이며 ‘민생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출현 이후, AI, 양자컴퓨터, 자율 주행 등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국 간 기술 경쟁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에선 오픈AI가 한층 진화한 AI 모델 딥리서치를 공개했고, 테슬라는 AI 그록3 모델을 새로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마요나라1’을 공개했다.

반도체 부활을 위해 국가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에선 키옥시아가 세계 최초로 332단까지 쌓아 올린 낸드 메모리를 내놓으며 적층(積層) 경쟁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 화웨이는 세계 최초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 경쟁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쳤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는 세계 최고 자율 주행 성능을 앞세워 현대차는 물론, 테슬라까지 제치고 전기차 수출 1위로 도약했다.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온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류진 회장 말처럼 주력 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인데도 돌파구를 열어야 할 정치권은 노조에 아첨하는 기업 규제에 열심이다. 반도체 연구 개발을 위한 ‘주 52시간 예외 조항’ 하나조차 못 풀고 있다. 계속 이대로 가면 정말 외환 위기를 넘어서는 경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