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트럼프 "협상 못끼어 배신감? 우크라,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太兄 2025. 2. 19. 20:07

트럼프 "협상 못끼어 배신감? 우크라,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러 주장 반영한 회견 "오래 전에 러시아와 딜 했어야
우크라, 협상 테이블 앉으려면 선거부터 치르라"
젤렌스키 "휴전 협상한다는 것도 뉴스 듣고 알아...
美 협상팀, 푸틴과의 정상 회담에만 관심" 분통

입력 2025.02.19. 14:16업데이트 2025.02.19. 15: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1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사우디에서 열리고 있는 미ㆍ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 동안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러시아와) 딜을 맺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지난 3년 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요구와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 할양 거부 등 우크라이나 쪽에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일치한다.

◇”휴전 협상 못 끼어서 열 받았다고?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기자로부터 “지난 3년 간 싸웠는데도 사우디에서의 첫 휴전 회담에서 자리를 못 얻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실망했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전개된 일들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3년 동안 이걸 지켜봤는데,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전쟁”이라며 “나는 이 전쟁을 끝낼 능력이 있으며,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아, 우리[우크라이나]는 초청받지 못했다’고 열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데, 당신들은 거기 3년 있었소. 당신들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소. (러시아와) 딜을 맺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푸틴과 트럼프 간의 통화 내용을 주요 기사로 다룬 러시아의 일간지들/로이터 연합뉴스

이는 우크라이나가 애초에 동부 돈바스 지역 등의 영토 할양이나 나토 가입 등과 같은 이슈에서 러시아 측 요구에 응해 타협했으면, 러시아의 침공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은 매우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소. 아주 미숙한 협상가라도 이렇게 많은 땅을 잃지 않고, 누구도 죽지 않고, 또 파괴된 도시들 없이도…수 년 전에 해결할 수 있었소.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그 멋진 황금 돔 건물들이 파괴됐고 그건 교체할 수도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어난 일들로 인해 문명 전체가 변했는데, 이제 그들이 ‘자리가 없다’고 걱정한다면, 진작에 누군가 개입해서 오래전에 딜을 맺었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2014년 크림반도 침공ㆍ강제합병부터 시작한 러시아의 무력 도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협상에 끼려면, 새 선거 치러야”

트럼프는 “나는 개인적으로는 그[젤렌스키]를 좋아한다. 그는 좋은 사람(fine)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 따위는 관심 갖지 않는다. 나는 일이 해결되는 데 관심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리더십은 결코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 이 전쟁을 계속 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터키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의 한 부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새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선거가 없는 상황이다. 계엄령이 내려졌고. 이런 말하기는 싫지만, 거기 지도자 지지율은 4%로 내려갔고, 나라는 산산조각으로 부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오랫동안 없었는데,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먼저 ‘우리 선거를 실시한 지 오래됐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건 러시아 말이 아니고, 내가 하는 얘기요.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말하고”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지지율 4%라고? “작년말 52%”

그러나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미국[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작년 5월에 끝났지만, 전시 계엄령에 따라 이후 선거가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이 끝나고 계엄령이 해제되고 6개월 뒤에 대선을 포함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지난 1월에 밝혔다.

작년 9ㆍ10월 미국 워싱턴 DC의 공화당 주축 비영리기구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인 응답자의 60%가 전쟁 중 대선을 치르는 것에 반대했다. 또 52%는 전쟁 중 새 의회 구성에도 반대했다.

또 “4%”라는 트럼프의 말과는 달리,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2023년말 77%까지 올랐다가 지난 1월 키이우 국제사회연구소(KII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52%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 성인의 ‘긍정적’ 평가는 현재 46%, ‘부정적’은 52%다.

◇트럼프 “유럽 평화군 배치는 반대 안 해”

유럽 정상들은 17,18일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돼서 휴전이 발효된 뒤에 우크라이나ㆍ러시아 국경 사이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무장 정도와 배치 밀집도에 따라, 2000㎞가 넘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될 평화유지군의 규모는 4만~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파리 긴급회의에서 일부 유럽 정상들은 18일 보유 병력을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하면 자국 방어가 힘들어진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어떤 경우든지, 최후의 안전장치로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함께 배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500명을 파병할 수 있지만, 미군의 안전망(backstop)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휴전 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는 “유럽국가들과 비(非)유럽국가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럽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선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미, 빨리 ‘휴전’ 선언할 양국 정상회담에만 관심”

그동안 트럼프의 비위를 맞췄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사우디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협상단이 처음 만난 뒤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터키를 방문 중인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없이 전쟁을 끝내는 어떠한 결정, 조건도 우리에게 강요될 수 없다”며 “우리는 초대받지도 않았고, 이는 우리와 다른 나라들에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ㆍ러시아 회담 계획도 처음에 미디어를 통해 알았다며, 애초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뒤에 “미국측 협상팀과 만나 얘기를 들으려고 했지만 ‘우연’을 가장하기도 싫고 해서 사우디 방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독일 ARD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측은 푸틴이 정말 좋아하는 것만 말해서, 신속하게 휴전을 맺어서 (이달말) 휴전을 발표할 트럼프ㆍ푸틴 간 정상회담으로 가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영국 런던 소재 유럽개혁센터의 부소장인 이안 본드는 “내 평생에 들은, 가장 수치스러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침략자의 편을 들고, 희생자를 비난했다. 크렘린에선 아마 좋아서 날뛸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X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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