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재생에너지만 쓰는 'RE100 산단' 추진… 한전 빚 더 늘어나나

太兄 2025. 7. 17. 20:22

재생에너지만 쓰는 'RE100 산단' 추진… 한전 빚 더 늘어나나

대통령실 로드맵의 딜레마

입력 2025.07.17. 00:33업데이트 2025.07.17. 09:58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RE100 산업단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첫 산업 정책 청사진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풍부한 전남, 울산 등지에 재생에너지만으로 공장을 돌리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만 몰리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RE100 산단 추진이 ‘에너지 대전환’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협력사들에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들로선 RE100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정부는 연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도 산단 입주 기업의 전기 요금 부담 대폭 완화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관건은 기업들에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냐는 점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전력이 사들이는 가격은 태양광 kWh당 130.5원, 풍력 123.6원이다. kWh당 80원인 원자력의 1.5배 가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결국 전기 요금 인상이나 한전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0조원을 넘어선 한전의 부채가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이 구매 원가를 밑도는 요금을 받으면, 그 차액이 한전의 적자 요인으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된 상황이라 한전으로선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그래픽=김성규

◇재생에너지 비싼데, 대통령 “요금 감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6조8020억원이다. 이자 비용으로만 작년 한 해 4조6651억원을 썼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까지 1조1171억원을 이자 비용으로 냈다. 한전은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지난해 4년 만에 흑자 전환(3조2000억원)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조9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누적 적자는 30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RE100 산단을 추진할 경우 한전이 큰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전은 과거에도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RE100 산단 조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 확충도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주로 지방에 위치하고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막대한 송전망 구축 비용도 한전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법 개정도 부담 요소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도 한전으로선 딜레마다. 최근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거쳐 시행됐기 때문이다. 한전의 소액주주 비율은 36.83%에 달한다. RE100 산단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전의 재무 상태가 다시 악화된다면, 한전 주주들이 과거에 비해 반대 목소리를 높일 환경이 된 것이다. 올해 초 2만원을 밑돌았던 한전 주가는 이달 초 3만7000원대로 상승했지만, RE100 산단 발표 이후 약세다. RE100 산단 조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추후 현실로 다가올 경우 한전 주가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송전망 부족 문제와 지역 간 불균형 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RE100 산단은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다만 RE100 산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 요금 혜택분이 한전 부채로 전가되는 구조로 설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전력산업 기반 기금 일부로 RE100 산단 입주 기업 전기료를 지원하거나 기업 유치로 지방 세수를 늘린 해당 지역 지자체가 세수 일부를 산단에 투입하는 식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100 산단

입주한 기업들이 100%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충당하는 산업단지.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란 뜻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RE100 이행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RE100 인프라를 단지 차원에서 구현해 입주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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