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턱밑 추격… 삼성, 프리미엄 LCD TV로 수성 나선다
中 턱밑 추격… 삼성, 프리미엄 LCD TV로 수성 나선다
신제품 LCD TV 연내 출시

요즘 삼성전자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인 IFA 2025에 TV 신제품을 전시할지 고민 중이다. 신기술을 적용한 110인치짜리 ‘RGB 마이크로 LED TV’다.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에서 고객사에 한해 98인치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디스플레이 크기를 더 키워 대중에게 공개할지 고심하는 것이다. 경쟁사의 제품 베끼기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TV가 한국 가전을 맹추격 중인 중국 업체와 격차를 유지하는 ‘방화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내 출시해 프리미엄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에서 중국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LCD 기반 TV를 시장에 내놓고 ‘TV 왕국 수성(守城)’에 나섰다. 2년 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중국 업체들이 삼성의 주력 시장인 프리미엄 LCD TV 시장까지 진출하며 점유율을 갉아먹자 방향을 선회해 전격적으로 신제품 LCD TV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저가 넘어 고급 LCD도 쫓아온 중국
TV는 기술적으로 백라이트(광원)가 필요한 LCD TV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TV로 구분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LED TV는 백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CD TV다. 가격이 싼 LCD TV 시장은 TCL·하이센스·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가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OLED 시장에 다시 진출하면서 고급 LCD 시장에선 QLED와 네오 QLED TV를 중심으로 대량 판매를 이어가고, OLED TV로 고가 시장을 잡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OLED TV 시장 성장세가 크지 않고, 중국 업체 추격 속도는 빨랐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세계 OLED TV 시장 규모는 109억4682만달러(약 15조1000억원)로 3년째 비슷한 규모다. LCD TV 시장의 8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 패널은 LCD보다 비싸고, 제품 가격도 고가라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했다. OLED TV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삼성 대신 LG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부담됐다. 지난해 세계 OLED TV 시장은 수량 기준 LG전자가 52%, 삼성전자가 23.5%를 차지했다.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은 화질을 개선한 미니 LED를 내놓고 고급 LCD TV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작년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8.7%로 30% 선이 무너졌고, 중국의 TCL(12.3%)과 하이센스(9.7%)는 점유율이 올랐다.
◇다시 LCD 기술 격차 보여주겠다
19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유지해 온 삼성전자는 코너에 몰렸다. 삼성전자 TV 사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위기를 극복할 신제품 설계에 나섰다. RGB 마이크로 LED TV다. 이 TV는 백색 LED 대신 RGB(빨간색·녹색·파란색)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한다. 올 1월 중국의 하이센스가 공개한 RGB 미니 LED TV보다 LED 단자를 더 작게 만들어 색 재현력과 명암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RGB 마이크로 LED TV를 LCD TV 중 가장 상위 카테고리에 놓고 하이엔드 LCD 시장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OLED TV 판매도 강화하며 투트랙을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로 LCD TV 시장은 다시 각축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중국의 TCL은 차세대 미니 LED TV를 개발 중이고, 일본 소니는 RGB LED TV를 미래 TV로 점찍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LCD 영토를 다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지만, RGB LED TV도 생산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RGB LED TV는 올해 디스플레이·TV 산업의 주요 흐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