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사상 최초 정치인 국세청장, 부적절하다

太兄 2025. 6. 28. 20:24

사상 최초 정치인 국세청장, 부적절하다

조선일보
입력 2025.06.28. 00:02업데이트 2025.06.28. 00:08
 

이재명 대통령이 국세청장 후보자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사정 기관으로 꼽힌다. 권력을 가진 기관이기에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자리에 사상 최초로 정치인, 그것도 여당의 현역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국민의힘은 “국세청을 여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임 후보자는 조세 행정 전문가로 공정한 조세 행정과 납세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임 후보자는 29년간 국세청에 재직하며 차장까지 지냈다. 국세청에 계속 있었다면 청장 후보로 거론될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에 입당,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에서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조세 공약을 만들었다. 물론 국세청장이 되면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놓겠지만 그의 업무 처리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더구나 임 후보자는 국세청 재직 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조사통’이라고 한다. 대통령 측근이자 세무조사 전문가를 국세청장에 앉히는 것을 보고 기업인들이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목적의 세무 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을 세무 조사했다. 부산에 있는 회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했다. 10년 뒤에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의혹이 불거진 다스를 세무 조사했다. 이때도 경주에 있는 회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인원을 투입했다. 문 정부는 “국세청장에 대통령 측근 임명 금지”를 공약하고 형식적으로나마 이를 지켰지만, 이 정부는 그런 것도 없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이 사정 기관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것도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앞으로 국세청이 정당한 세무 조사를 하더라도 여당과 친한 사람은 봐주고 야당과 친한 사람은 손본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작은 불신과 오해가 쌓여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았던 역사를 되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