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기업은 바닥 기는데 집값·주가는 치솟는 현상

太兄 2025. 6. 26. 20:40

기업은 바닥 기는데 집값·주가는 치솟는 현상

조선일보
입력 2025.06.26. 00:05
2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시스

국내 600대 기업의 경기 전망이 40개월 연속 부정적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4.6이었다. BSI가 100을 밑돌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더 많다는 뜻이다. 2022년 4월(99.1) 이후 계속 100을 미달해, 조사가 시작된 1975년 이후 역대 최장기 부정 전망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의 BSI가 86.1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우리 산업 곳곳에 켜진 경고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고용 효과가 가장 큰 건설업 분야에선 건설사 자금 경색을 유발하는 악성 미분양이 4월 기준 2만6422가구로 140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미분양이 쌓이며 등록말소·폐업하는 건설 업체도 지난해 3071개로 2년 만에 40% 넘게 늘었다.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이미 11곳이다.

건설업 불황은 자재, 시멘트 등 후방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1000만t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일은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뿐이었다. 철강업의 경우 경쟁국인 일본은 US스틸을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워 가는데, 우리는 건설 불황, 중국 저가 공세, 미국 관세 압력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빅3′ 공장의 일부 공장이 휴·폐업에 들어갔다. 석유화학 ‘빅4’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00억원으로, 2년 새 16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도 주가는 상승하며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3108.25를 기록했고, 집값 오름세는 한국은행이 ‘역대급 과열에 대한 경고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정도다. 오랜만의 주가 상승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경제의 근간은 기업이고, 산업이다. 일자리도 여기서 나오고, 국가 경제의 핵심인 소비와 투자도 여기서 나온다. 주가도 기업이 잘되지 않으면 오름세를 유지할 수 없다. 기업은 바닥을 기는데, 주가와 부동산만 치솟는 현상은 건강하지 않다. 기업이 활기차게 뛸 수 있게 할 정책과 제도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