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일본으로 간다면
유엔군사령부가 일본으로 간다면
외교가의 주한 미군 개편설들
'헛소문' 치부하기엔 구체적
韓美, 북한·대만 문제 논의해
주한 미군 미래 함께 그려야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1990년 3월 호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100~9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5120달러(약 700만원)에 경매된 적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와 한 인터뷰가 커버 스토리로 실려 있어서다.
그 인터뷰를 찾아본 것은 미 국방부 사정에 밝은 미국 전문가와 만난 후였다. 그는 “주한 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라”며 “주한 미군 철수는 트럼프가 30년간 생각한 일”이라고 했다. 마침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가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주한 미군 4500명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완전히 믿어지지는 않았다.
2019년 조선일보는 방위비 분담이 트럼프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한 미군 1개 여단 4000명 안팎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스퍼 당시 미 국방 장관 등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인 2022년 에스퍼는 사실 트럼프가 “(한국이) 자기 몫을 내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우리 군을 서둘러 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요즘 외교가의 많은 전문가는 미국이 지상군을 줄이고 공군·해군 위주로 주한 미군을 재편하면서, 전작권은 한국군에 넘길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군은 중국에 집중하고, 북한의 재래식 도발 대응은 한국군이 전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의 새 국방 전략(NDS)을 수립 중인 콜비 국방 차관은 과거 “미국은 북한과 큰 충돌에 휘말릴 만한 여유가 없다” “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고 했다.
하나 신경 쓰이는 소문은 유엔군사령부 일본 이전에 대한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4성 장군으로,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한다. 전작권이 한국군에 이양되면, 한미연합사령관직은 한국군에 넘겨주고 부사령관이 돼야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전작권 이양과 함께 주한미군사령관은 중장(3성)으로 내리고, 현재 중장이 맡고 있는 주일미군사령관을 대장(4성)으로 올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유엔사 부사령관을 캐나다·영국 등에 맡기며 유엔사를 주한 미군과 분리된 ‘다국적군’으로 운용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했고, 유엔사에 후방 기지를 제공하는 일본의 가입 논의도 있다. 만약 유엔사가 일본으로 이전되면, 그 역할도 지역 안보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의 여러 설도 사실로 드러난 것이 많아, ‘헛소문’으로만 치부하기는 위험하다.
최근 백악관은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미·북 대화가 진전되면 트럼프는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주한 미군 감축·철수를 본격 검토할 것이다. 지상군부터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미군이 핵우산과 정찰 자산만 제공하면 한국군이 충분히 북한을 억지할 수 있다는 의견과, 지상군이 빠지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병력 증원을 담보할 수 없어 문제란 의견이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북한·대만 유사시 한미의 역할 분담에 대한 새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정말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한다.
1990년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부터 하겠냐”는 질문에 “미국에 수입되는 독일차와 일본 제품에 세금(관세)을 때릴 것”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은 부유한 나라들을 공짜로 지켜주며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면서 미국을 “뜯어먹는 동맹”의 하나로 한국을 거론했다. 35년간 변치 않은 그 생각이 어디로 향할지 민감하게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