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서울 집값, 시험대 든 부동산 정책
우려스러운 서울 집값, 시험대 든 부동산 정책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주보다 0.26% 올라 작년 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서울 집값은 19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 등 일부의 상승세가 강북권과 경기도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점검 긴급 회의를 열고 서울 부동산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다음 달 대출 규제를 앞두고 지금 대출을 받아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는 데다, 진보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집값이 폭등한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펴 도리어 집값을 올린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를 죄인시하면서 중과세를 매기는 정책을 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심리가 서울 강남 집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경험 삼아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정책은 펴지 않겠다”고 했다. 옳은 인식이다.
문제는 지금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면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확산될 수 있고,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퍼질 수 있다. 만약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불붙은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준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 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유념해야 할 판단이다.
우리나라 가계는 대부분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고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가계 살림은 더욱 쪼들리고 있다. 돈은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만 흘러들어 가고 있다. 집값 격차가 이토록 벌어지면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이다.
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는 살리되 집값은 잡아야 한다. 증시 활성화로 돈이 부동산 아닌 실물 경제로 유입되도록 하고, 집으로 돈 벌 수 없다는 인식을 장기적으로 굳혀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