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김선수 前대법관의 일침 "대법관보다 1심 판사 증원 급선무"
'진보' 김선수 前대법관의 일침 "대법관보다 1심 판사 증원 급선무"
"대법관 증원은 근본 개혁 방향과 어긋나"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조인인 김선수(64·사법연수원 17기) 전 대법관이 12일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하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 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법률신문에 실은 ‘법원 개혁 방안과 추진 체계·일정에 관한 관견(管見)’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에서 최근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법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증원 추진과 관련, “대법관 14명 체제가 38년간 유지되어 온 것은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적합한 규모를 찾아 정착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며 그동안 대법관 증원이 여러 번 시도됐지만 최고법원 위상 추락, 정책적 판단 기능 약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빈번한 인사청문회와 임명 지연 등으로 혼란과 재판 공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며 “장관급인 대법관을 지나치게 많이 배치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안인가 하는 점에서도 의문이 있다. 1명의 대법관이 증원되면 그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최소한 전속재판연구관 2명, 비서관 1명, 실무관 3명, 비서 1명이 증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 번의 재판 결과에 승복하여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또한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은 법관이 사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데 각 사건에 들이는 법관의 시간을 늘리려면 법관을 증원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급심, 특히 1심 판사를 증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같은 지적을 전제로 대법관 수에 관해선 현행 유지, 4명 증원으로 소부 1개를 늘리는 방안, 12명을 증원해 소부 3개를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소부 1개 증원 시 소부를 전문부로 운영할 필요가 없고, 17명 전원합의체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관 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서 대해서는 “오히려 대법관의 임용자격은 하급심 법관인 판사와 비교하여 법조 직에 근무한 기간과 나이가 가중될 필요가 있을 뿐”이라며 “임용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해야만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하에서 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우리 헌법은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사법개혁비서관으로 일했다. 민변 회장 출신인 그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이 돼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