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와 왜가리 천국된 청계천, 이유는?
백로와 왜가리 천국된 청계천, 이유는?
코 앞에서 왜가리, 백로들 사냥
보기 힘든 해오라기도 서식

지난 5월 30일 점심을 먹고 서울 청계천을 산책하다 만난 풍경이다. 청계천 물속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던 백로 한마리가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 위로 올라와 서 있었다. 보기 드문 광경에 산책하던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키가 1미터는 돼 보이는 커다란 새(중대백로)가 물속에서 나와 사람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 신기한듯 쳐다봤다. 백로도 처음이 아닌 듯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한참을 서서 충분히 사진 찍을 시간을 준 뒤 모델처럼 우아한 걸음으로 다시 물속으로 사뿐히 날아 들어갔다.

청계천을 산책하다 보면 백로나 왜가리가 먹이를 찾아 물고기 사냥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청계천을 찾는 근처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백로와 왜가리가 한참을 집중해서 기다리다 사냥에 성공하면 박수까지 쳐주면서 응원도 해준다. 백로와 왜가리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 익숙한 듯 놀라지 않고 자신들의 먹이 활동에만 집중한다. 어떤 백로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계단에 올라서서 물고기를 주시하거나, 잡은 물고기를 계단으로 가지고 나와 먹기도 한다.



청계천에 서식하며 먹이 활동을 하는 야생조류로는 왜가리를 비롯해, 중대백로, 쇠백로, 해오라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있다. 이 새들이 청계천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곳에 먹잇감이 되는 물고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수심이 낮고 물살이 세지 않아 사냥하기가 쉽고, 천적도 거의 없어 이 새들에겐 그야말로 천국이다.
청계천에는 새들이 잡아 먹기 좋은 피라미, 버들치, 미꾸라지 부터 잉어,붕어, 메기등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 최근 서울시설공단과 국립중앙과학관이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한 담수어류 조사에 따르면 청계천 전 구간에 걸쳐 다양한 어종이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쉬리도 발견됐다고 한다.
복원 20년을 맞는 청계천은 이제 생태계도 완벽히 복원 됐다. 백로나 왜가리는 청계천의 최상위 포식자다. 왜가리와 백로는 먹이를 놓고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워낙 먹이가 많아 자주 다투지는 않는 것 같다.

청계천은 이제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찾는 핫플이 되었다. 해질녘 청계천에 가면 산책하거나 물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층 빌딩 숲 사이로 왜가리가 날아 다니고, 산책하는 사람들 옆으로 백로와 해오라기가 날개를 펴고 우아하게 물위로 내려 앉는다. 세계 도시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왜가리와 백로는 서울 청계천의 생태 관광자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