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새 정부가 美에 X 먹였다"… 트럼프 옆 MAGA, 한미관계 변수로

太兄 2025. 6. 5. 19:48

"새 정부가 美에 X 먹였다"… 트럼프 옆 MAGA, 한미관계 변수로

배넌·루머 등 잇따라 韓대선에 강경 목소리
관세 협상 속도 조절, 한중 관계 개선 문제 삼아
트럼프와 가깝고 NSC 구조조정 등 영향력
새 정부 관계 구축시 잘못된 선입견 심을 우려

입력 2025.06.05. 04:39업데이트 2025.06.05. 14:31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3일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 '워 룸'에서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워 룸

백악관이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한 가운데,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새 정부를 상대로 한 첫 메시지에서 제3국인 ‘중국’을 언급한 게 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일일 뿐 아니라 중국이 여기에 “미국은 이간질하지 말라”고 응수하면서 이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미·중이 한국을 가운데 놓고 기싸움을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상견례 통화도 취임 당일(4일)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양한 해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이 한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로 트럼프의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고 알려진 로라 루머는 X(옛 트위터)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한국은 고이 잠드소서(RIP)”라고 했다. 미국보수연합(ACU)의 고든 창 변호사는 루머의 글을 공유하며 “한국 국민은 이 대통령이 중국이나 북한에 자신들을 팔아넘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의 투쟁은 끝났지만 새로운 투쟁이 막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정치에 입문한 2010년대 초반부터 ACU가 주최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개근하고 있다. 워싱턴 주류 정치권의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변방의 트럼프를 끄집어 올린 게 CPAC이다. 창 변호사는 올해 2월 트럼프가 “위대한 고든”이라 치켜세웠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전략가 출신으로 계엄·탄핵 정국 당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던 스티브 배넌은 더 직설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겨냥했다. 배넌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인 ‘워룸(War Room)’에서 이 대통령의 압승 소식을 전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 1면을 흔들며 “여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백악관이나 국무부 사람들은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CCP)의 지원을 받는 새 한국 지도부가 미국에 두 차례나 ‘FU(비속어)’를 날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 측 외교·안보 참모들이 선거 기간 내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속도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전 정부에서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천명했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에 새로운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치고 있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라 알려진 로라 루머. /AFP 연합뉴스

매가 진영에서 상당한 오디언스를 보유한 루머·배넌 등이 근거 없는 주장이나 음모론을 펼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트럼프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도 있는 지근거리에 있어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새 정부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시기에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불을 꺼달라”고 하더니 준비한 영상을 틀었고,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라마포사의 기지로 ‘외교 참사’는 면했지만 트럼프는 허위 자료를 갖고도 라마포사를 몰아붙여 양자(兩者) 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주요국 외교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폴리티코는 4일 “전 세계의 선출직 지도자들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3일 관계자 논평에서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반대한다”고 했는데, 중국에 의한 ‘선거 개입’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배넌 등이 단골로 주장해왔던 것들이다. 또 루머는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사실상 ‘숙청’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머는 왈츠와 웡에 대한 인신 공격도 마다하지 않으며 “진짜 매가가 아니다”라고 했고 트럼프와도 만나 이를 논의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국내 사정을 잘 알고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한 백악관의 몇 안 되는 지한파(知韓派)들이었다. 인력 해고·재배치가 여전히 진행 중인 NSC에선 이제 막 군인 출신 한반도 담당자가 새로 부임해 업무 파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재명 정부가 초기에 대미 특사를 파견해 트럼프와 주변 인사들의 인식을 바로잡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제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3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