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인계철선' 부대엔... 北이 기겁하는 '강철비' 있다
[노석조의 외설(外說)]
트럼프만 해외 미군 감축 아니야
오바마도 주독미군 철수·방위비 인상 압박
미국 우선주의는 일관된 흐름
내주 대선 결과 따라 한미 관계 급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24일(현지 시각)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 연설에서 “미국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는 게 주된 고려 사항이었던 날은 끝났다”면서 “우린 미국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이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큰 틀에서 미국이란 ‘21세기 패권국가’가 앞으로 어떻게 대외 정책을 펴나갈지를 보여줍니다.
트럼프의 거친 언변에 집착해 그를 조롱하는 식으로만 바라보면, 미 행정부 대외 정책의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긴 하지만 따져보면 전임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트럼프 1기 이전 오바마 행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법론만 좀 달랐지만 방향성은 같았습니다. 일례로 중동에서 미군을 빼기로 한 장본인은 오바마이지요. 내세우는 명분은 아프간, 이라크에서 벌인 미국의 전쟁은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것이었지만, 기저에는 중동 주둔에 드는 천문학적인 재정에 대한 부담, 그리고 계속되는 사상자 등으로 인한 국내 여론 악화였습니다.
‘왜 밑 빠진 독 같은 중동에 우리 세금을 계속 갖다 붓느냐’ ‘그 돈으로 내수 시장이나 살려라’라는 지적이 잇따라 미국 우선주의적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오바마는 트럼프보다도 먼저 독일 등 나토 동맹국들에 방위비를 인상하라는 압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후임인 트럼프가 인상 폭을 더 높게 잡고 동맹에 거칠게 ‘내놓으라’고 해서 꼭 트럼프만 그러는 것 같고 다른 미 대통령은 안 그런 거 같지만 10여 년 전부터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데 버거움을 느껴왔습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미국이 주한 미군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6·25전쟁 정전(停戰) 이후 이른바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이라는 주한 미군의 대북(對北) 억제 역할을 ‘중국 앞 항공모함’이라는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중(對中) 견제로 확장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계철선, 北의 남침 시 美의 자동 개입을 보증


주한 미군의 ‘인계철선’ 개념은 냉전기 한반도 전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전략적 상징이자 미국의 자동 개입 보증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병력 배치가 아니라, 억제(deterrence), 신뢰(credibility), 자동 개입(automatic involvement)이라는 세 가지 원리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 왔습니다.
1950년 6·25 발발은 미국의 안보 전략에 큰 충격을 주었고, 전후 미국은 공산 진영의 침공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로서 주둔군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인계철선은 원래 침입자가 밟으면 자동으로 폭발물 또는 조명탄 등이 터져 적을 살상하거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을 말합니다. 미국은 이를 독일과 한국이란 동맹 방어에 적용했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기 서독에 미군을 주둔시켜 놓고 소련의 침공을 억제하는 ‘인계철선’ 전략을 폈습니다. 소련이 서독을 치면 자동으로 미군도 전쟁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에 핵을 포함한 전면전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소련에 주입했던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에도 거의 같은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 닉슨 독트린으로 주한 미군 일부를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0년대 초 ‘전략적 유연성’이란 개념을 도입해 주한 미군의 임무 수행 방식과 병력 규모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불량 국가·테러 위협 대응 전략을 짜면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주한 미군 병력 감축안이 포함됐던 것입니다. 이에 2003~2006년 주한 미군 2사단 예하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되고 일부 병력이 감축됐습니다.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도 추진됐습니다. 주한 미군을 ‘고정군’이 아니라 ‘기동군’ 또는 ‘순환 배치군’으로 조정하려 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주한 미군 수는 약 2만8500명입니다. 한강 이북의 전투부대가 이남으로 내려가고 본토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아직 전투부대 딱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지상 남침 시 가장 먼저 맞닥뜨릴 ‘인계철선’ 부대인 것입니다.
바로 경기도 동두천의 주한 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입니다.
◇北 장사정포 부대 초토화할 ‘강철비’ 수십대 배치


북한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북한 전투병들이 러시아 국경을 처음으로 넘으며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던 2023년 9월, 기자는 서울에서 북으로 향했습니다. 동두천 주둔 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은은 M270 MLRS(다연장로켓시스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210여단은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유일한 미군 전투부대.
일시에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MLRS를 수십 대 운용하는 부대입니다. 2차 세계대전, 6·25전쟁, 걸프전쟁 때 참전해 나치 독일, 북한, 중공,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 맞서 위용을 떨친 명장 부대입니다.
이날 210여단이 주둔하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Casey) 기지 연병장에서는 수십 대의 MLRS 발사대, 지휘통제 장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상호 운용 훈련을 펼쳤습니다. 북한의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습니다.
군 본부에서 원점 타격 지점을 파악해 지휘 통제 차량에 정보를 공유하면 각 지휘 차량이 MLRS 발사 차량에 타격 좌표를 전달해 융단 폭격을 가하는 절차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MLRS는 1발당 수백 개의 자탄이 든 227㎜ 로켓탄을 동시에 12발 발사할 수 있어 ‘강철비’로 불립니다. ‘천만 영화’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란 제목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요. 유일한 ‘인계철선’ 부대에는 ‘강철비’를 비밀 병기로 배치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MLRS는 사거리 3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도 동시에 2발을 쏠 수 있는데, 이는 갱도에 은폐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도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MLRS 수십 대면 DMZ 인근에 배치된 북한 240㎜ 방사포(다연장로켓), 170㎜ 자주포 등 포병 부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군이 2022년 MLRS 사격 훈련만 하면 한미 군을 비방하는 성명을 총참모부 명의로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 북한의 DMZ 목함 지뢰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벌이며 48시간 내 심리전 중지를 요구했는데, 그때 전면에 나선 부대가 210여단입니다.
미군은 210여단이 MLRS 장갑 차량을 몰고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통해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를 본 북한은 갑자기 포격을 멈추고 ‘대화’를 제안하더니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습니다.

210여단이 주둔하는 캠프 케이시는 한강 이북에 남은 유일한 미군 전투기지입니다. 과거 의정부 등 전방 여러 지역에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었지만 평택 험프리스 기지 확장 건설이 결정되면서 전방의 미군 부대들이 모두 험프리스로 이전했습니다. 캠프 케이시도 험프리스로 옮겨질 뻔했지만 북한 장사정포 대응 등 임무 중요성 때문에 2014년 동두천에 계속 주둔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지금까지 최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기지에는 210여단을 비롯해 미 본토에서 9개월마다 새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로 현재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비하기 위한 화생방대대도 배치돼 있습니다. ‘신속기동여단’으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여단은 수십 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으면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이라도 균열이 생기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로 어떤 대통령이 되느냐, 그 대통령이 어떤 대미, 대중 외교를 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 문인 마크 트웨인은 말했습니다.
“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역사는 반복하진 않지만, 운율은 맞추곤 한다).”
역사가 아주 똑같이 반복되진 않지만, 시(詩)의 운율처럼 닮은꼴로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역사는 반복하진 않지만 교훈은 줍니다. 다만 그걸 받아먹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미중 패권의 시대, 트럼프의 시대에 한국에선 어떤 지도자의 시대가 펼쳐질까요? 6·3 대선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이 1~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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