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이 탄핵과 무슨 상관, 큰 대가 따를 것
탄핵 정국 속에 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주요 경제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한시가 급한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그리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 폐지안 등 민생·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핵심 법안들의 처리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반도체 특별법의 표류는 특히 심각하다. 미국·일본·중국 등 경쟁국은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생산 기지 확충에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는 21대 국회에서 K칩스법이 국회에 계류되며 22대 국회로 넘어올 정도로 뒤처졌다. 하지만 올해도 법안 처리가 불확실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상황이다.
반도체 경쟁은 몇 달만 뒤처져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반도체 특별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해외 경쟁 기업들은 필요하면 심야에도 연구에 몰두하는데 우리는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때문에 저녁이면 연구소 불이 꺼진다. 법이 통과돼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책임질 전력망 특별법도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명확지 않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법 통과가 늦어지면 그만큼 생산도 지연된다.
여야 모두 AI 주권 확보에 필요하다고 한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AI기본법은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규명할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심의하면서 다른 정책 법안 심의는 뒤로 밀려버렸다. 여야 합의된 안건을 먼저 통과시킨 후 상설특검안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반도체를 시작으로 조선, 항공, 해운물류, 석유화학 등 부문별 산업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회의를 열고 있다. 반도체 공장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 비용 분담, 반도체 기업 세제 혜택 확대 등 반도체 지원안만 해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주를 이룬다.
지금 당장은 대통령 탄핵 문제가 가장 심각한 현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반도체 문제가 나라와 민생에 더 큰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거의 1년 이상 법안 처리가 미뤄질 우려도 있다. 경제부총리가 “경제 문제만큼은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성명까지 냈지만 탄핵 정국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다. 반도체법만큼은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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