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는 원폭 개발 수준 AI 지원, 韓 국회는 AI 기본법도 뒷전
미국 의회의 초당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범용 인공지능(AGI) 경쟁과 획득을 위해 의회가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창설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연례 보고서를 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국가 총력을 기울여 핵무기를 개발한 계획이다. 그런데 AI 경쟁에서 기필코 중국을 이기기 위해 최초 핵 개발 때와 맞먹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미국이 어떤 결의로 AI 경쟁에 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참모들도 군용(軍用) AI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일련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대선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다고 한다. 미국 의회가 AI 입법과 정책의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테크 기업과 학계·군(軍)의 전문가들 의견을 모두 들어 보겠다며 지난해 9월 열었던 ‘AI 인사이트 포럼’은 참석자들의 면면부터 화제가 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CEO 등 ‘글로벌 AI 권력’들이 집결했기 때문이다. 여기 참석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 돼 그의 귀를 잡고 있다.
스타 기업이 즐비한 AI 선도국 미국도 핵무기 개발에 준하는 비상한 각오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데, 우리 사정을 돌아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2020년부터 AI 개발 지원과 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4년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 성과가 없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AI 기본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미국 의회는 AI 관련 법을 벌써 여러 건 제정했다.
AI 기본법은 반도체 특별법과 함께 9월 초 여야 대표 회담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던 ‘미래 먹거리 법안’이다. 여야 간 이견이 큰 것도 아니고, 급한 일이라는 사실도 모두가 안다. 그런데도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쟁이 미래 먹거리보다 우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KBS 사장 청문회를 사흘이나 할 시간은 있어도, 나라의 미래가 걸린 AI 문제를 제대로 논의할 시간은 없는 것이다. 이 국회가 어디까지 나라를 멍들게 할지 모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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