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노킹(No Kings)'에서 배울 것들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51대49가 아닌 '압도적 승리'
독재는 결국 여기서 탄생한다
압도적 승리 트럼프를 보라
6개월 만에 '노킹'의 대상n이제 안보·질서·절제의 시간이다
요즘 광화문 거리는 평온하다. 6·3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까지 6개월간 서울의 중심 거리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선거 구호, 규탄과 저주의 욕설 등에 귀가 멍할 지경이었고 거리는 시민이나 외국 관광객보다 경찰의 숫자가 더 많았다. 대선이 끝난 직후 이런 모든 정치적인 것은 사라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건(件)에 유죄 취지의 파기자판을 해서 그의 대통령행(行)이 좌절됐어도 광화문은 이렇게 평온했을까? 나아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뒤집혔어도 거리는 이처럼 한가로울까? 단언컨대 광화문은 물론, 서울의 거리, 전국 대도시의 광장마다 저주의 함성과 원한에 찬 절규들로 지금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대선에서 졌으면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가진 민주당은 아마도 지금쯤 사법부나 사직 당국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법안들을 쏟아내고 행정부는 융단폭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실제로 선거에서 이기고도 여전히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영구히 지워버리려는 온갖 법적 장치를 시도하고 있고 패자(敗者)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가열화하는 승자독식의 쾌감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보기에 민주당의 의도는 좌파의 장기 집권을 향한 모든 조치의 시동(始動)이다.
정치에서 정답은 없다고 한다. 정치란 생물(生物) 중에서도 아주 고약한 생물이어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또 장담할 수도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세계 현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치는 그 대립 또는 대결 구도가 51대(對)49일 때 그나마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압도적 다수(landslide)’다. 많이 이기면 당연히 교만해지고 산이 무너져 내리면 산 아랫마을은 안중에 없어진다. 여기에 독재가 기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겨도 51%로 이기고 져도 49%로 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합리적인 승패의 함수다.
이재명 정권은 그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가 이겼으니까, 우리가 절대다수니까, 우리를 더 이상 건드리는 일을 못 하도록 장치를 해야 하고 이 기회에 하고 싶었던 구조도 만들고 우리를 방해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기미는 이제 정권 잡은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승자를 건드리는 어떤 장치도 제거해 두고 싶은 것이다. 입법(立法)은 이미 3분의 2 가까운 절대다수를 확보하고 있고 이번 대선으로 행정(行政)을 장악했으니 남은 것은 사법(司法)이다. 사법만 장악하면 이재명 정권은 3부를 명실상부하게 손에 쥐게 된다. 독재로 가고 싶지 않아도 독재로 갈 소지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정권은 이 대통령 방탄용으로 사법부를 공략하기 시작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에서는 ‘노킹(No Kings)’ 데모가 전국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결코 왕이 아니고 왕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미국 시민들의 자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대법원 판사를 지낸 조너선 섬프션은 지난 2일 자 NYT에 이런 글을 썼다-“트럼프는 전체주의자가 지니는 세 가지 유형을 보이고 있다. 첫째가 개인숭배에 둘러싸인 카리스마형(型) 지도자다. 둘째는 자기 자신이 곧 국가라는 동일시 의식이다. 셋째 정당한 반대자들의 수용은 거부한다. 그 결과는 법의 지배가 아닌 자유 재량 정부의 등장이다. 트럼프는 공공의 권력을 개인적 감정이나 정치적 반대자를 제압하는 데 쓰고 있다.”
미국 50주 전체에서 다수를 득표해 적어도 미국 기준으로는 ‘압도적 승리’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6개월 만에 독재자, 전체주의자로 불리며 미국 전역에서 ‘노킹’ 데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데모 천국이라는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일까? 문민정부 체제 이후 대통령 두 명을 탄핵해 현직에서 몰아내고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내거나 자살로 이끈 대한민국의 변화무쌍한 정치 지형(地形)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악다구니 같았던 ‘탄핵’과 ‘내란’과 대선의 소용돌이도 넘어섰으니 이제 대한민국도 한숨 돌리고 싶다. 승리감에 도취한 이 대통령은 머지않아 안보와 질서와 절제가 절실한 현실과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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