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해체 수준으로 보수 정치 재탄생해야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하며 3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김문수·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8.3%p로 보수 진영으로선 역대 둘째로 큰 격차의 패배였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밀렸고 영남에서도 3년 전보다 격차가 크게 줄었다. 중도층에서 외면당했을 뿐 아니라 보수층도 일부 이탈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이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져야 한다. 국민의 큰 기대를 업고 대통령이 된 그는 3년 동안 오만과 불통, 비상식과 실정을 거듭했다. 상식 밖 행동을 계속하는 부인을 방어하는 데 모든 정치력을 소모하다 작년 말에는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까지 벌여 국격을 한순간에 추락시켰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발목 잡기도 원인이겠지만, 국힘의 내분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위기에 몰리자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오만 불통으로 총선 참패를 자초했고 이 참패가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다. 모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업자득이다.
당정 관계도 너무 비정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에 이준석 당대표를 쫓아내려고 큰 분란을 만들었다. 자신과 단일화했던 안철수 의원을 “국정의 적”이라고 공언했다. 여당을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만신창이로 만든 대통령은 없었다.
국힘은 윤석열 개인 정당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 정당인데도 당권을 장악한 친윤 그룹은 윤 전 대통령의 행태를 그대로 당에서 재연했다. 계엄과 탄핵에는 친윤 그룹의 책임도 크다. 한시가 급했던 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고 탄핵에 당론으로 반대했다. 상당수 의원은 길거리 극단 세력에 동조했다. 그러다 투표 이틀 전에야 ‘윤석열과 절연’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선 후 당권을 지키고, 자신들의 다음 공천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황당했던 대선 후보 단일화 난맥상은 이들의 얕은 계산이 밑바닥을 드러낸 현장이었다.
국민은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윤 전 대통령과 친윤 그룹만이 아니라 국힘에 대해서도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정당이 일시적 오류로 국민의 신임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힘은 많은 국민의 인식에서 상식을 벗어난 집단으로 굳혀지고 있다.
국힘이 계엄과 탄핵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상식과 함께했다면 이재명 후보와 끝까지 접전을 벌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재명 후보의 약점도 컸다. 그러나 국힘 의원들은 국민의 상식보다 자기 개인 욕심을 앞세웠다.
민주 정치에서 제대로 된 야당은 필수적 존재다. 강한 야당 없이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고,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해악이 된다. 국힘이 다시 국민의 신임을 얻고 선택을 받으려면 당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많은 국민도 새로운 보수 정당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총선 참패, 계엄과 탄핵, 대선 참패로 이어지는 과정은 정당으로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부침의 사이클이 아니다.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도 패배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보수 정치 재탄생은 우리 정치사에 잦았던 당 간판 바꿔 달기가 돼선 안 된다.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 당 해체에 준하는 보수 정치 재탄생을 주도해야 한다. 영남과 강남에 치우친 당내 인식을 수도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연대 등 외연도 확대해야 한다. 다시 건전한 견제 세력이 일어서야만 입법·행정을 장악한 이재명 정부의 일방 독주를 막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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